평범한 가꿈 이야기

어머니와 함께한 1박 2일 여수 뚜벅이 여행 첫날의 마지막 코스는 바로 여수 낭만 포차거리에서 해물 삼합을 먹는 것이었다.
여수 여행으로 블로그 후기를 검색하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낭만 포차거리였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들르기로 했다.

처음 검색할 때 낭만 포차거리의 해물 삼합이 유명하다고 하길래 홍어 삼합과 같은 것을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냥 해산물 두루치기와 비슷한 종류의 요리였다.




[여수 뚜벅이 여행] 여수 낭만포차거리 44번 포차 해물삼합 먹어 본 대실망 후기1



여수 낭만포차거리는 이순신 광장 옆의 해안가를 쭉 따라서 난 길에 길쭉하게 위치한다. 사진에 보이는 이순신광장로 길 거의 전부에 포장마차가 40개정도 쭈우우욱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메뉴는 삼합인데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고 가게마다 약간의 차별점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방문한 44번 포차는 대패삼합, 옆 포차는 낙지삼합이 특화 음식이었다.

참고로
낭만포차의 영업시간은 7시부터 새벽 2시까지이다. 나는 8시 경에 방문을 했다.

이렇게 포차가 많으니 어느 곳이나 비슷하리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호객행위만 잔뜩 당하고 그냥 가장 끝에 있는 가게인 44번 포차로 들어갔다.
(유일하게 사람들이 줄을 서는 가게여서 우리도 줄을 서보았다.. 이 행동을 다음날까지 후회했다)


[여수 뚜벅이 여행] 여수 낭만포차거리 44번 포차 해물삼합 먹어 본 대실망 후기2



44번 포차는 낭만 포차거리 가장 끝쪽에 있는 집으로, 원조 맛집이라고 쓰여있었다. (나중에 집에 가면서 보니 다들 너도나도 원조라고 써붙여놨더라)
그리고 마지막이자 초입에 있는 포차라서 그런지 다른 가게들과는 다르게 줄이 있었다.

[여수 뚜벅이 여행] 여수 낭만포차거리 44번 포차 해물삼합 먹어 본 대실망 후기3



포차의 구조는 이렇게 생겼다. 인도를 따라서 매우 길게 테이블이 일렬로 놓여있고 각 가게마다 구역이 정해져있는 것 같았다.
가게 앞에는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고 웨이팅을 관리하면서 주문을 받는 사람이 한 명씩 서있다. 중앙쯤 가면 호객행위가 더더욱 심해진다.

특이한 점은 들어가서 좌석에 착석하기 전에 미리 주문서에 주문을 하고 들어간다. 직원분은 기계같이 삼합에 대패추가에 딱새우회 중 크기를 권했지만 엄마와 나는 저녁을 먹고온 탓에 맛만 보고자 그냥 삼합만 주문했다.



[여수 뚜벅이 여행] 여수 낭만포차거리 44번 포차 해물삼합 먹어 본 대실망 후기4



메뉴판은 다음과 같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싸지도 않지만 여수까지와서 이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삼합을 먹고있었고 다른 메뉴를 먹는 테이블은 한 테이블도 없었다.




밥을 다 먹기까지 괜히 이 포차에 들어왔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그 후기를 남겨보려 한다. 황당한 포인트 몇 개 있었는데 시간 순서로 나누어 써보겠다.


[여수 뚜벅이 여행] 여수 낭만포차거리 44번 포차 해물삼합 먹어 본 대실망 후기5



들어가자마자 앉은 모습
시간이 없어 바쁜 건 알겠는데 테이블에 비닐이 매우 지저분하게 깔려있어서 첫인상이 안 좋았다.
또한 좌석도 내 일행보다 옆사람과 더 가까울만큼 다닥다닥 붙여서 앉는다. 건너편에 앉은 엄마 목소리보다 옆자리에 앉은 모르는 사람 목소리가 더 잘 들리고 살이 계속 부딪힐 정도로 비좁다. 참고로 내가 간 날이 폭염주의보가 있던 날이라서 매우 괴로웠다.


들어갔는데 주문서를 이미 작성하고 들어와서 그런지 점원들이 거들떠도 안 본다. 바빠서 그런 것이라고 백번 이해는 하지만 물은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물을 달라고 하니까 
가게에 물이 없단다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음식점 갔는데 물이 없다고 안 주는 곳은 처음이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콜라를 주문했다. 정말 황당한 경험이었다.

내 좌석의 더 큰 비극은 내가 경계에 앉아서 바로 옆자리가 다른 가게였다는 점이다(아마 43번 포차인 것 같다.) 바로 옆 포차는 들어오자마자 시원한 물을 서빙해주는 걸 보고 현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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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오기는 꽤 오래걸렸는데 이전에 콜라가 먼저 나왔다. 그런데 콜라가 어이없게도 완전 미지근했다. 우리와 동시에 앉은 옆자리 분도 콜라를 시켰는데 미지근한 콜라를 받고 어이가 없었는지 클레임을 걸었다. 콜라가 왜이렇게 미지근하냐며
그런데 알바생은 '시원한 콜라가 없으니 앞의 편의점에 가서 사오세요'라는 기상천외한 대답을 해주셨다ㅋㅋㅋㅋㅋ이게 말이야 방구야ㅋㅋㅋㅋㅋ
아니 그러면 주문할 때 시원한 콜라가 없으니 미리 말씀해 주셔야죠??? 순박한 커플로 보였던 옆자리는 결국 남자가 편의점에 가서 콜라를 직접 사왔다.



[여수 뚜벅이 여행] 여수 낭만포차거리 44번 포차 해물삼합 먹어 본 대실망 후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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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오래 기다려서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사실 오래 기다린 건 사람이 많고 점원들이 바빠보였기에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다)
엥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설명이나 사진과는 다르다. 분명히 쭈꾸미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데 쭈꾸미가 없다. 동시에 받은 옆자리를 슬쩍 보니 쭈꾸미가 당연히도 있었다.
그래서 바빠 미치려는 점원을 불러서 말하니 쭈꾸미를 다른 그릇에 담아 가져다주었다...사과 한 마디 없이.



[여수 뚜벅이 여행] 여수 낭만포차거리 44번 포차 해물삼합 먹어 본 대실망 후기7



쭈꾸미까지 나온 완전체(?) 삼합 버섯에 새겨진 글씨가 신기하다.
당연하게도(?) 양은 많지 않아서 대패삼겹살을 추가하라고 권한 점원의 말이 이해가 됐다.


불쾌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음에도 맛은 있어서 순식간에 모두 해치웠다. 은박 작은 접시에 담아주는 치즈 퐁듀가 인상적이었다. 
해물과 묵은지와의 조합이 상당히 좋아서 소주가 술술 넘어가는 맛.


[여수 뚜벅이 여행] 여수 낭만포차거리 44번 포차 해물삼합 먹어 본 대실망 후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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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합을 다 먹고 당연하게도 볶음밥을 볶아 먹으려고 점원을 불렀다. 메뉴판에도 볶음밥 메뉴가 있으니 의심조차 안 하고 당연히 볶음밥을 먹으려 했다.
그런데 점원 왈 '볶음밥이 품절됐어요'라고 하는 것 아닌가?
품절??? 7시부터 2시까지 영업하는 곳에 8시에 갔는데 볶음밥이 품절이라고????
웨이팅이 길어서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려고 볶음밥을 볶아주지 않는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게다가 이어지는 직원의 말이 가관
'건너편 편의점 가서 햇반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려오세요'
무슨 뭘 다 편의점 가서 사오라는 거에요...그럴 거면 장사 왜 하나요...
아니 볶음밥 안 되면 주문할 때부터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게 정상 아닌가? 이 와중에 근처 테이블 아주머니가 대신 화를 내주셨다ㅋㅋ
물론 옆 포차에서는 보란듯이 치즈 볶음밥을 볶아먹는 것을 구경만 했다.


낭만 포차거리를 다녀오고
폭염주의보가 나온 날 밤에 땀 뻘뻘 흘려가면서 좁디 좁은 테이블에서 옆 사람과 팔 부딪혀가면서 먹는 게 커플들이 말하는 '낭만'인가? 싶어서 약간의 현타가 왔다. 이게 낭만이 맞나? 그럼 난 그냥 낭만을 모르고 사련다



총평
맛은 있다. 가성비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다만, 너무 바빠서 서비스가 개판인데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날 지경이다.
맛은 있기 때문에 만약 한가해지고 서비스가 제대로 된다면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지만
여수 낭만포차거리에 다시 갈 일은 평생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