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꿈 이야기

이전에 가산동 H택배 상하차 알바를 해 본 후기를 올린 적이 있다. 딱 하루 해 본 거였지만 몸과 멘탈이 정말 너무 힘들었고, 힘든 것에 비해 시급이 너무 어이없이 적다고 생각해서 다시는 가지 않았다.

다른 야간 알바를 찾다가 유명한 쿠팡 알바를 하기로 선택했다. 알바몬을 보니 쿠팡 알바도 정말 종류가 많지만,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 45분까지 하는 쿠팡 오후조 알바가 내가 제일 선호하는 시간대였기 때문에 덕평 쿠팡으로 선택을 했다. 

두 알바를 비교해보는 방식으로 리뷰를 진행하려고 하니 혹시 상하차 알바 후기를 읽지 않은 사람들은 먼저 읽고나서 이 게시글을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상하차 후기 포스팅을 읽을 수 있다.

[TIP & 후기/후기] - 가산동 한진 택배 상하차 알바 경험하고 온 솔직 후기 (가산디지털단지역)



쿠팡 알바를 지원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이력서 이딴 거 하나도 필요 없이 문자 한통만 보내면 끝!
알바몬 홈페이지를 찾아 보면 본인 시간대에 맞는 곳이 있을텐데 그곳에 지원을 하면 된다. 인천쿠팡, 덕평쿠팡 등 종류가 매우 많지만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자신이 사는 곳과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신규 사원의 지원은 근무 전날 오후 6시부터 지원이 가능하다. 

덕평쿠팡(덕쿠)에서 오후(야간) 출고 알바 해 본 첫날 후기 1편



지원은 문자로 하는 것인데  알바몬 구직 페이지의 지원 정보에 있는 전화번호로 
이름/생년월일/근무시간대/셔틀 탑승장소/근무일/신규or기존인지를 보내면 위의 사진과 마찬가지로 답장을 해준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출근 확정 답장을 받아야지만 출근이 되는 것이지 그냥 문자만 딸랑 보내고 셔틀 타고 쿠팡으로 가면 안 된다. 나는 오후 8시경 문자를 보냈는데 생각보다 빨리 오후 9시경에 답장이 왔다.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지, 무엇을 가져가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 단기 직원이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나는 가볍게 신분증 휴대폰 마실 물 이렇게만 가져가기로 했다. 옷차림은 트레이닝복과 가장 편한 운동화를 신었다.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준비물
신분증과 휴대폰(쿠펀치 출근 체크 할 때 필요), 물(반드시 투명한 통에 담겨 있어야 한다)
여분의 돈이나 카드(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먹거나 식당 옆 매점에서 간단한 것을 살 수 있다)

반대로 가져가서는 안 되는 물품
반바지, 귀중품(오픈된 사물함이기 때문에 분실 우려가 있다), 샌들, 손목시계(왜 인지는 모름)이다.

사실상 안에 들어갈 때는 맨몸과 카드키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고 보면 된다.




사당에서 셔틀 탑승

셔틀을 타러 집에서 오후 4시 경에 출발을 했다. 내가 셔틀을 타기로 한 곳은 사당역인데 4시 40분에 셔틀이 떠나고 10분 전인 4시 30분까지 도착을 해야 했다. 셔틀 집결지에 도착을 하니 이미 셔틀 2대가 도착을 해 있는 상황이었고 버스 앞부분에 덕평 쿠팡이라고 씌여있는 것을 확인하고 탑승했다. 탑승하자마자 깜짝 놀란 것은 상하차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탑승객이 여자였다는 점. 그래서 버스 행선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ㅋㅋㅋ 그리고선 오늘 잠을 못 잔다는 생각에 앉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10분 정도 잔 것 같은데 눈을 뜨니 덕평쿠팡 건물 앞에 도착을 했었다.

덕평 쿠팡의 정확한 근무지 주소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덕평리 617번지 쿠팡 덕평 물류센터 이고 사당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50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으로 생각보다는 멀지 않은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서 처음에는 어리둥절 할줄 알았는데 그냥 사람들이 좀비처럼 걸어가는 방향 따라서 걸어가면 된다. 차에서 내리는 곳이 지하2층인데 출석체크를 하는 곳은 2층이다. 나는 역시나 사람들을 따라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쭉 올라갔다.



쿠팡 건물에 도착

2층에 도착하면 초심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혼란하기 그지없다. 여러 줄이 있고 사람도 많고 매우 복잡하다. 다행히도 초심자 전용 NPC(?)가 있어서 처음오신분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하면서 굉장히 친절하게 알려준다. 특히 벽에는 신규 단기 사원들을 위한 방법을 설명해주는 프린트들이 굉장히 상세하게 붙어있다. 그 분의 도움을 받아 쿠펀치 앱으로 출석체크를 해야 한다. 출근 확정이 나면 문자로 미리 쿠펀치 어플 관련 안내와 다운로드 주소가 와서 미리 어플을 다운 받고 가입을 해두었다.

사실 나는 이 때 1차 충격을 먹었다. 가산동에서 택배 상하차를 했을 때 근로자들을 부르는 말은 '야', '너', '야이새끼야', '야 인마'가 기본이었다. 정말 단 한순간도 존중받은 적이 없었는데 쿠팡에서는 직원들이 단기 근무자들에게 너무나 당연하게도 존댓말을 쓸 뿐만 아니라  '사원님'이라고 부르면서 존칭을 해준다. 이 부분은 정말 택배 상하차 현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출석체크를 한 뒤 원바코드라는 것을 받는다. 말그대로 바코드가 인쇄된 종이쪼가리인데 쿠팡 건물 내에서 마치 신분증처럼 쓰인다. 출석체크를 하거나 퇴근 체크를 할 때 원바코드를 찍어서 확인을 하므로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출고 공정카드를 받고 (이걸 받으면 자신이 어디에서 근무할지 알 수 있다 선착순인듯?) 휴대폰과 신분증을 맡기고 출석 싸인을 하면 목에 거는  카드키를 준다. 카드키는 자신의 업무 분장이 나와있는데 나는 신규여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노란색 카드키였다. 이것도 잃어버리면 일급에서 1만원이 깎이므로 목에 잘 차고다녀야 한다. 
그리고 뒤편에는 단기사원들을 위한 사물함이 있다. 보통 생각하는 자물쇠 있는 사물함이 아니라 오픈형 사물함이다. CCTV가 있기는 하지만 귀중품 분실을 쿠팡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있어서 약간 꺼림직 했다. 사물함 앞쪽에는 의자들이 쭈욱 놓여있는데 신규들은 그 곳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 직원분이 오셔서 인원수를 점검하고 교육장으로 이동을 한다. 

쿠팡 직원 분들이 굉장히 굉장히 친절하시기 때문에 모르는 게 있어도 멍때리지 말고 바로 가서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안전 교육

여기서 상하차 알바와의 두 번째 비교점, 안전교육이 상하차 알바와 같이 '중간에 도망가지 마세요'가 아니라 진짜로 안전 교육을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안 다치는 방법, 다쳤을 때의 대처법 등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준다. 다쳤을 때 굉장히 조그마한 부분이어도 괜찮으니까 직원에게 꼭 말해달라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또한 직장 내 성추행 예방 교육도 나름 긴 시간을 할애하여 하는데 아마 최근에 쿠팡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빡세게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지하 2층에서 출고 집품 업무 시작

약 50분 간의 교육이 끝나면 이제 작업을 하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 때 출고(OB)의 신입 단기 사원은 3명이었는데 모두 같은 지하 2층으로 이동을 해서 30분 간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내가 맡은 일은 집품이었는데 카트를 끌고 다나면서 주문이 들어온 상품들을 토트(상품을 담는 바구니)에 담고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누가 불닭볶음면과 수분크림을 주문했다면, 카트를 끌고 창고를 돌아다니면서 토트에 불닭볶음면과 수분크림을 찾아서 올려주는 것이다. 

집품해야 할 상품들은 PDA에 뜨는데 PDA의 버튼을 눌러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토트에 담으면 된다. 상품들이 알파벳과 숫자로 잘 분류가 되어 있어서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담다 보니 나름 재미도 있고 시간도 빨리갔다. 쇼핑하는 기분이었다. 낄낄



1층으로 이동해서 집품 업무 시작

지하에서 30분 정도 집품을 하면서 이제 조금 적응이 되어 속도가 빨라질 때 쯔음 1층에 일이 많아졌는지 사원들을 여러 명 불러모아서 1층으로 보내졌다. 1층에도 마찬가지로 지하2층과 마찬가지로 상품들이 엄청 복잡하게 분류가 되어 있고 PDA를 통해서 자동 배치를 받으면 담아야 하는 상품이 뜨는데 그걸 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면서 담는 업무이다. 
지하 1층과 거의 비슷한 업무인데 약간 상품은 다르다. 지하 2층에 있는 상품은 거의 대용량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부피도 매우 크고 무거웠다면 (업소용 대용량 제품들도 많다) 1층에 있는 상품들은 약간 더 자잘잘하고 가벼운 물건이었다.  (개인이 구매하는 소매 제품이 대부분)
그래서 더 재밌게 일을 했던 것 같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채우다 보니까 눈에 익는 상품들이 많고 정말 인기가 많아서 매 주문마다 들어가는 제품도 있었다. 여러 가지 제품들을 보면서 '나도 이거 사볼까?' '어 이거 필요했던 건데' 하는 기분도 들었고 어떤 상품을 토트에 넣으면서 '아 이것보다는 이 제품이 더 좋은데..'하는 생각도 하면서 룰루랄라 다니다 보니 시간이 많이 갔다.



집품 할 때 바코드를 찍는 PDA에는 UPH/h라는 것이 자동으로 계산이 되어 나온다.  이것은 시간당 집품을 한 개수를 의미한다. 즉, 몇 개의 토트(바구니)를 채웠는지와는 상관 없이 시간당 몇 개의 품목을 집품을 했는가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어 계속 나오는 것이다. 나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65 UPH/h가 떴다. 
사실 운빨도 조금 있긴 한데 근처에 있어서 여러 상품을 한 번에 집품할 수 있는 피킹이 뜨면 UPH가 치솟고, 운이 안 좋아서 여기 저기 멀리 흩어져 있는 상품을 집품해야 할 때는 훅 떨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A 구역에 있는 상품만 10개 주문했으면 근처에서 10개를 담으면 되는 것인데 A에서 1개, B에서 1개, C에서 1개 이런 식으로 주문했다면 온 창고를 다 돌아다녀야 꼴랑 3개를 토트에 넣을 수 있는 것이어서 자동 배치를 받는 것도 약간 운이 작용한다.이걸 계속 확인 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였다. 듣기로는 진짜 잘하는 장인 분들은 100uph가 뜨기도 한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나의 uph가 아니라 그날 전체 근로자들의 uph가 특정 수치 이상 넘으면 그 수치에 따라서 보너스가 지급이 된다. 나도 이 날 일을 하고 1주일 정도 뒤에 5000원이 추가 입금이 됐다. 이날 다른 분들이 모두 다 열심히 하신듯 하다.


저녁(야식)시간

10시가되면 저녁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울린다. 저녁시간은 10시부터 11시까지이다. 나는 첫근무라 당연히 10시에 방송을 듣고 센터 데스크로 갔는데 웬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도대체 뭐지? 나는 방송을 듣자마자 달려갔는데..? 
나중에 일을 하다가 알게 된 사람한테 물어보니 방송을 하기 전 10분쯤부터는 다들 슬슬 준비를 하고 5분 전에는 중앙에 모여서 갈 준비를 한다는 것.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열심히 물건을 나르고있었다ㅠㅠ 어쩐지 사람이 점점 적어지더라...ㅋㅋㅋ 저녁을 어디서 먹는지도 몰라서 사람을 따라서 이동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물어물어 간신히 밥 먹는 장소를 알 수 있었다. 조금 늦어지면 식당에서 줄을 서는 시간이 매우 길어져서 다들 서두른다고 한다.

나갈 때는 역시나 가지고 있는 모든 소지품을 꺼내서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서 보안요원이 검사를 하고 나는 금속탐지기를 통해서 나가면 된다. 절도사건이 굉장히 많은듯 하다. 보안요원이 정말 짐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색을 한다. 장갑도 벗어서 바구니에 놓아두었는데 장갑도 하나하나 다 만져보신다.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가면 식당이 있는데 거기서 밥을 받을 수 있다. 나는 별로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그냥 쉬고 싶어서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주무르면서 열심히 쉬었다. 쿠팡은 특이점이 있는데 자판기가 매우매우 저렴하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보통 1,000원에 파는 음료들이 모두 300원이다. 생수, 포카리스웨트, 캔커피, 데미소다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모두 균일적으로 다 300원이다! 야호! 나는 뽕을 뽑는다는 생각에(?) 2캔이나 사서 후루루룩 마셨다.

아쉬운 것은 저녁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다ㅠㅠ 1시간이 정말 훅갔다. 근무지 안에 들어가면 개인이 알아서 눈치껏 쉴 수는 있지만 따로 주어진 쉬는 시간은 없다. 그래서 이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열과 성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 쉬어주어야 한다. 아주머니들은 오래 근무하셔서 안면이 있으신지 다들 끼리끼리 모여서 수다를 떨고 계셨고 나처럼 구석에 앉아서 쉬는 사람도 많았다.

4시간 근무 1시간 식사 4시간 근무 이렇게 된 구조에서 딱 절반을 한 것이다. 사실 아직 11시밖에 되지 않아 할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반 근무는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2편으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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